설판으로 출간된 성철평전과 용성평전

설판은 불교적인 클라우드 펀딩
출간 전 대중 자발적 참여 방식
설판에는 십시일반 나눔 깃들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책을 출판하기 전 책 비용을 마련하고 곁들여 책에 대해 홍보하는 제작 방식입니다. 그 동안 책은 저자의 원고를 편집과 디자인, 인쇄와 제책 등 과정을 거쳐서 출간된 뒤 크고 작은 서점 및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는 기자간담회, 저자와의 만남, 북 콘서트, SNS, 유튜브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책의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책 제작 이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제작비용과 독자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의 판매와 수익 등 영업적인 가능성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고 독자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저자 또는 읽고 싶은 내용을 미리 알고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라 의미 있어 보입니다.
크라우드펀딩에 담긴 의미는 이렇다. 먼저 어원을 살펴보면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미의 ‘펀딩(funding)’을 합성한 말입니다. 다시 말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아 책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사실 책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 유치와 특정 부문의 콘텐츠, 문화상품 공동 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2000년대 초반 영화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해 영화를 만들 수 없을 때 영화의 의미와 제작 방향, 내용에 관한 투자설명회를 열어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게서 십시일반 자금을 모금해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다양한 분야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출판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앞서 설명한 크라우드펀딩만의 장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을 위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크라우드펀딩 전문사이트인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획서와 시집 등을 주제로 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행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우선 크라우드펀딩의 운영을 위한 플랫폼에 책의 내용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의 가치 등을 설명하는 프로젝트 페이지를 개설하고 일정기간 동안의 모금 목표액을 적어 공표합니다. 그 다음은 동참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고 모금 기간 중 사전에 약속한 선물을 나누면 됩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언론을 통해 홍보하고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홍보와 권선(勸善)의 효과를 높여나가면 됩니다.
크라우드펀딩의 모금 방식에는 불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보시바라밀과 십시일반 나눔의 공덕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기실 불교계에서는 부처님 재세 시부터 오늘날까지 크라우드펀딩의 방식과 비슷한 십시일반 나눔으로 법회와 불사를 봉행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설판(設辦)은 불자들 고유의 크라우드펀딩이 아닐까 합니다. 설판은 사찰에서 봉행하는 기도와 법회, 불공, 불사 등을 불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동참할 것을 권선하는 나눔의 방식입니다. 설판을 권선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은 자신만 법회와 불사에 동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불자들에게도 선업(善業)을 지을 수 있도록 동참을 권유해 공덕의 탑을 함께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라우드펀딩에 동참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펀딩의 내용을 공유하고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은 설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교적인 크라우드펀딩인 설판으로 제작된 책은 성철평전과 용성평전이 있습니다. 두 권의 설판 모집 과정에는 문도 스님들과 불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이루어져 출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간 전에 홍보를 하고 책 제작 비용을 모금한 뒤 동참 불자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받아 볼 수 있는 설판 방식의 불서 제작이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조계종출판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