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도 내려놓고 마음도 내려놓고(승려시선 2)

시인이자 문학공간의 주간이신 최광호 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시집에서 내가 경건하게 좋아하는 영혼의 사리인 시가 20편도 더 넘는다는 사실에 감탄하였다. 이렇게 한 시집에서 빛나는 영혼의 사리인 시가 있어 읽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일이란 지원 스님의 정신의 영역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이같은 평에서 알 수 있듯이 지원 스님은 깊은 사념의 바다를 일구고 있다. 또한 불교의 달관과 허무_ 수행자로서 양심과 정진을 수확하고 있기도 하다. 이 시집을 통해서 독자들은 근래에 볼 수 없었던 사념의 깊이와 감정의 절제와 시적 형식미가 돋보이는 시(詩)들을 만날 수 있다.지원스님은 불교와 시라는 큰 문제를 놓고 항상 고뇌하고 그 진리의 아름다운 길을 몸소 체현하고 있는 분이다. 불(佛)의 길에 깊이 들었다면 구태여 따로이 문학예술이 갖는 진선미의 이상쯤 문제시하지 아니하여도 되련만 시를 쓰지 않고 못배기는 남다른 성품을 지녔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범상한 일로 여길 수 없는 처지다. 이 매혹의 길은 일반적으로 흥미롭다. 그것이 깊이있는 이해에 근거하고 있는 한은 본질적으로 커다란 매력임에 틀림없다. 단순히 양다리 걸치기식이 아닌 어떤 정신적 내력이라든가 애정이 침투된 목표라면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정진의 길이라 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만해 선생은 이 두 개의 길에서 가장 빛나는 영예를 차지한 분이었거니와 그것은 광대하고도 깊이를 가진 그 사상성과 방법(시적 기술)이 남다른 데에도 연유하는 것이지만 절대진리를 추구한 그의 거룩한 행동을 통하여 더 높이 평가되는 경우인 것이다. 시인 지원 역시 초탈의 경지를 걷는 충실한 불자이면서 이와 같은 절대진리로서의 시를 모색하는 열정을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으니 이것은 이 불교시인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있어 믿어도 좋은 높은 지향이요_ 지조라 해도 무방하겠다. 지원 시인은 넓은 의미에 있어서의 전통시인에 속하나 현실에 대한 관심이나 그 사회성이 의외로 두드러지게 표면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상의 바다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허무와 비관_ 체념과 침묵으로 그 사념의 전 과정을 자유롭게 펼쳐가기도 한다. 결국은 자비와 사랑의 길은 불도에 있어서나 문학에 있어서 한 갈래가 아니면 안된다는 철학적 입장이 지원 시인의 문장에는 암묵리에 진하게 풍긴다고 할까. 이런 뜻에서는 이 시인에게 있어서의 허무나 무상의 사상은 절대 무에 저항하는 하나의 저항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이 시집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보이는 사회비평적인 여러 시도라는가 의지는 다분히 교육적인 의미를 내표하는 것들이다. 사회와 인간성의 개조에 봉사하려는 이 적극적인 의지란 허무주의를 넘어서는 인간정신의 한 표명이 아니면 아니된다. 이런 뜻에서 이 시집에 담긴 현실비평시들은 대단히 고무적인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구도자의 길은 언제나 외롭고 험난하다. 그러나 지원 시인은 여러모로 보아 이러한 사회적 제약이라든가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믿어진다. 이것은 어느 면으로 보면 극히 낙천적이라 할 만한 작품의 성격과 색채에서 충분히 감지되는 현상들이다. 바라건대 스님으로서도 훌륭하고 시인으로서도 모름지기 항상 앞서가는 거창한 길을 개척해 주시기를_ 우리 모두는 기원할 따름이다. 불멸의 부처와 영원한 아름다움인 시가 하나로 합쳐진 그 눈부신 빛살을_ 행동하는 부처시인으로서 이 천지를 밝게 비쳐주시기를 축복할 뿐이다. 통일_ 평화_ 단결-조국의 영광을 위해 시인이여_ 여래의 깃발 드높이 드시라. 그대의 시로 하여금 더욱 튼튼하고 정다운 겨레의 진정어린 말 속에 깊이 잠기게 하라. 1994년 4월 1일

제 1부 臥佛 앞에서 제 2부 悲願 제 3부 面壁 제 4부 진도 아리랑 제 5부 감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