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충남 세원사의 정운 스님은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속인이 하는 것_ 수행자는 그것조차 털어버리고 마음자리 하나 찾는 것에만 모든 것 다 바쳐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이런 문자놀이에 연연해 하는 것을 들킬까 조바심 내었던 적이 있었다 한다. 어느날 문득 사람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일상에서 잔잔히 흐르는 생활의 향기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절집에서 생활한 지가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다. 그 시간들을 되돌아 보면서 나는 거울 앞에서 맨머리를 만져본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가. 무엇을 했는가_ 이런 스스로의 반문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는 그런 그런 날들을 헤아리면서 절집 장판때 만큼 나도 덤덤히 살아온 것 같다. 행자 때 일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한 친구가 문학잡지를 우편으로 보내온 적이 있었다. 외서 금지라는 걸 잘 알면서 익혀온 습 때문에 몰래 읽어 볼 셈으로 적당한 곳에 숨겨 두었는데 은사 스님께서 어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당장 부엌 아궁이 속으로 던져 버리셨다. 나는 왜 그리도 서운했는지 지금도 책을 대할 때마다 그때의 생각이 문득 문득 나곤 한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속인이 하는 것_ 수행자는 그것조차 털어버리고 마음자리 하나 찾는 것에만 모든 것 다 바쳐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내가 이런 문자놀이에 연연해 하는 모습을 들키지는 않을까 하면서 살아온 시간이 그립기만 하다. 나에게는 이제 외서금지 같은 명령도 없어졌고 손때 묻은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어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시보담 수필이 너무 나를 쉽게 보여 주는 것 같아 자제하면서 그리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간혹 나를 원하는 원고청탁을 거절 못해 쓰다가 보니 어느새 한 권 분량의 내용들이 이름을 만들어 달라고 유혹을 했다. 몇몇 편을 제외하고는 거의 지면에 발표했던 내용들임을 밝혀 둔다. 살면서 잔잔히 흐르는 생활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사실 그대로 글로 표현했다. 누가 읽어주든 나는 상관없이 그저 내 느낌 그대로 표현했다. 이 책의 제목을 ‘사람의 향기’라고 붙혔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에게 느끼는 냄새를 체취라고 한다. 체취는 몸에서 나는 냄새_ 살내라고 표현하고 또 그 사람의 독특한 기분이나 버릇 아니면 개성을 말한다. 이런 평범한 체취 속에 살다가 어느날 문득 사람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가슴을 가졌다면 이 사바에 산다고는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의 향기! 향기다운 향기 속에 먹향의 심오한 이치를 내게 가리켜 주시고 제자(題字)를 써주신 심응섭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책 출판을 맡아주신 불광출판 불자님들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만세보령 기슭에서 글뫼 정운 손모음

풀과의 싸움에서 얻은 치자꽃 향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람의 향기 내가 보내는 명절은 찻잔 앞에서 풀어보는 부처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