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사유의 문학적 형상화를 시도한 신작 시집
시집 《그냥 해 보는 말》은 오랜 기간 불교와 문학을 넘나들며 공부해 온 홍사성 시인의 불교적 사유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시, 75편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은 〈시인의 뒷말-불교로 쓴 시, 시로 쓴 불교〉에서 “불교를 앞세우면 문학이 무거워지고, 문학을 앞세우면 불교가 가벼워지기 십상”이라는 고충을 털어놓으며 “이 시집은 그 난제에 대한 나름의 응답이자 실험이다.”라고 밝힌다. 오랜 시간 불교의 자장 안에서 살아온 자신의 불교적 사유와 깨달음, 일상에서의 소박한 정서를 조화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삶의 무게와 관조의 미학을 담은 시들
이 시집의 시들은 단순히 불교적 사유를 생경하게 옮겨놓은 것이 아니다. 시인은 삶 속에서 체득한 깨달음을 자연과 사물,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에 투영한다. “차면 얼고 / 뜨거우면 끓습니다 / 둥근 잔에서는 둥글고 / 네모 그릇에서는 네모가 됩니다”라고 노래하는 시 〈나는 물입니다〉는 변하는 모습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물의 속성을 통해 삶의 지혜를 풀어놓는다. 또한, 대상에 대한 깊은 관찰과 언어 사용의 절제를 통한 관조의 미학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꽃밭 화엄경〉에서 시인은 “일찍 폈다 으스대지 않고 / 늦게 핀다 주눅 들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각자의 때에 피고 지는 꽃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운주사 와불〉에서는 천 년을 누워 있는 부처의 속내가 “별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라고 읊조리며, 세상의 속도를 벗어나 잠시 멈춰 서서 삶의 본질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시인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진중하게 담아내면서도 근원적인 삶의 깨달음과 그리움의 서정을 풀어놓고 있다.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기운이 없다”고 나이 듦을 솔직하게 말하는 〈만각(晩覺)〉이나, “추울 때는 추위 속으로 / 더울 때는 더위 속으로 들어가라”는 가르침을 현실의 고통과 연결 짓는 〈한 소식을 기다리며〉와 같은 시들은 불교의 가르침이 삶의 치열한 현장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 〈재 한 줌〉의 “잘났네 못났네 해 봐야 말짱 헛짓”이라는 구절은 삶의 덧없음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부처님 앞에 앉았을 때처럼 편하고 넉넉한 시”
이 시인의 작품들에 대해 일찍이 고(故) 신경림 시인은 “부처님 앞에 무료하게 앉았을 때처럼 편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시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한 대목 한 구절 그냥 지나가지 않고 번쩍 정신 나게도 만들고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한다”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묵직한 깨달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아침에 면도하다가 / 살짝 코를 베었다 / 피가 났다. …내 코가 / 거기 있었다”는 〈직지인심〉처럼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을 통해 삶의 지혜를 번득이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홍사성 시인의 오랜 사유가 응축된 결실인 시집 《그냥 해 보는 말》은 화려한 수사나 놀라움을 주는 표현보다는, 남들이 쓰다 버린 평범한 입말을 주워 모아 솔직하게 써 내려간 것이 특징이다.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일상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세속과 진리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곧 깨달음의 순간임을 일깨워 준다.
저자 : 홍사성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내년에 사는 法》 《터널을 지나며》 《고마운 아침》 《샹그릴라를 찾아서》 등이 있다.
- 서시 / 부처손
제1부 피안을 향하여
히말라야 새 / 꽃성불 / 처처전진(處處全眞) / 굴참나무 / 꽃밭 화엄경 / 십자대로에서 길을 잃다 / 좌단설두(坐斷舌頭) / 나는 물입니다 / 후숙(後熟) / 거룩한 장터 / 수처작주(隨處作主) / 재 한 줌 / 만각(晩覺) / 귀뚜라미 우는 밤 / 그냥 해 보는 말
제2부 부처님 얼굴에는
춘천박물관 나한님 / 태안 마애삼존 콧대 / 운주사 와불 / 강돌부처님 이야기 / 봉암사 마애불님과 즉문즉답 / 석굴암 대불 / 부처님께 사랑을 묻다 / 돌미륵 / 금강산 묘길상에게 /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 비누보살 / 바위와 부처 사이 / 나무아미타불 / 허수아비불 / 웃는 부처님
제3부 거울 앞에서
만법귀일(萬法歸一) / 착견(錯見)/ 거울 / 야명조(夜鳴鳥) / 선객(禪客) / 달마의 서쪽 우리의 동쪽 / 한 소식을 기다리며 / 부처질 중생질 / 직지인심(直指人心) / 적멸보궁 붉은 방석 / 짚신시불 / 목욕하는 날 / 판치생모(板齒生毛) / 본지풍광(本地風光) / 말후일구(末後一句)
제4부 옛 절에서 하룻밤
절 한 채 / 팔상전 바람벽에 기대어 / 만공탑 / 조실소나무 송광사 새벽예불 / 봉정암 가는 길 / 고불총림 순력기 / 도피안사 여름 / 가을 내소사 / 정취암 아침 / 홍련암 파도 소리 / 백담사 소식 / 부석사 기행 / 고사일숙(古寺一宿) / 절 마당
제5부 길에서 길을 물으며
범종(梵鐘) / 법고(法鼓) / 풍경(風磬) / 돌탑 / 잘난 체 / 하심(下心) / 등값 / 법문(法門) / 하늘을 보고 걷다 / 답살무죄진언(踏殺無罪眞言) / 초파일(初八日) / 납팔일(臘八日) / 반야봉(般若峰)에 오르다 / 모탕 / 오늘도 장군죽비
시인의 뒷말 / 불교로 쓴 시 시로 쓴 불교
책 속으로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아파서도 아니었다
너럭바위에 누웠어도 부처는 부처
달리 속내가 있었다
별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바삐 사느라 별 볼 일 없는 사람일수록
잠시나마 별구경 해보라고
못 이룬 별 꿈도 다시 꿔 보라고
별은 누워서 보아야 더 잘 보인다고
그걸 가르쳐주고 싶었다
천 년 누워 있는 부처가 할 일은
무량대복도 해탈열반도 아니었다
입에서 단내 나는 중생들 찾아오면
잠시 눈감고 누워서, 함께
솔바람 소리 듣게 하는 것이었다
별 꿈 꾸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운주사 와불〉 전문
불교적 삶이란 세속과 유리된 삶이 아니라, 일상의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삶이어야 한다. 세속에서 의미 있는 일은 불교에서도 의미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교가 중요시하는 바는 결국 인간과 삶, 그 자체다. 이것이 곧 불교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 하지만 이런 생각을 어떻게 문학 속에서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다. 불교를 앞세우면 문학이 무거워지고, 문학을 앞세우면 불교가 가벼워지기 십상이다. 이 시집은 그 난제에 대한 나름의 응답이자 실험이다.
-〈시인의 뒷말-불교로 쓴 시 시로 쓴 불교〉 중에서
| 발행일 | 2025. 9.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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