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선승 보문스님 일대기
숨으려 했지만 더 찬란하게 드러났고
스스로 낮추었지만 그럴수록 높아졌다.
보문에 대한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튼튼하게 뿌리를 뻗고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라는 격동기를 살아간 전설적인 선사 보문 스님에 관한 일대기이다.
보문 스님은 일제 강점기에 세상에 나와 고통받는 민중에 대한 자비와 연민으로 고민하다 출가하였다. 제방 선방을 다니며 치열하게 정진했다방일하지 않았다. 자기 성품을 보고 지혜를 내어 평등한 자비를 실천했으며 하심下心하여 일체 중생을 공경하는 수행자의 청정심을 보였다. 말을 아낀 만큼 마음은 진실했고 실천은 철저했다. 진실된 마음으로 헛된 말 하지 않고 헛된 행동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몸과 말과 마음의 삼업이 두루 회통하여 청정했다.
보문은 일제의 조선 강점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수행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문의 수행과 삶은 그 시대상황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문은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찾아서 했다. 그가 몸담은 자리는 그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언제나 경이롭게 달라졌다. 숨으려 했지만 더 찬란하게 드러났고, 스스로 낮추었지만 그럴수록 높아졌다.
그가 몸담은 자리는 그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언제나 경이롭게 달라졌다. 보문 스님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수행자의 언행일치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을 거듭 발견하게 된다.
보문에 대한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튼튼하게 뿌리를 뻗고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김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로 있다. 불교상담학술상, 두계학술상, 지훈국학상, 성산학술상 등을 받았다.
『한국 야담의 서사세계』 등을 저술했고, 불교 관련 저서로 『깨어남의 시간들』, 『조계산의 웃음소리』, 『정언 선사의 진심직설』 등을 저술했다.
목차
- 세상 속으로
출생과 교육
불교를 만나다
대구사범학교 시절
대구 인쇄소 취업과 항일 의지
부산 항만노동자 속으로 들어가다
독립을 꿈꾸며 만주로 향하다
출가
금강산 마하연에서 출가를 결심하다
성불도 놀이
송장 지게 진 늙은이로부터 받은 화두
오대산 입산
한암의 상좌가 되다
화두 삼매
상원사 용맹정진
마취 없는 수술
선방 대중공사
왕대 밭에 왕대 났네
올라타려면 바로 올라타고 그만두려면 바로 그만두라
상원사를 떠나다
만행
낙산사 관세음보살
자호를 지어서 한암께 알리다
제방 선원으로
모든 법은 마음에서 생겨난다
사람 잘못 보았소
봉암사
봉암사 1차 결사
성철, 향곡 그리고 보문
보문은 알짜배기 수행자
법주사
법주사 복천암
공양간 아궁이에 불 때다 깨치다
어떤 것이 법에 머무는 것입니까
한국전쟁
똥장군을 지고 오는 스님
해인사 조실 효봉
피란지에서 불연을 심어주다
대구 팔공산
삼성암 토굴
서봉사 새벽 법문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노래
수행을 통한 불교 정화
보현사의 혁신
수행 권유문
중노릇 하려면 제대로 해야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수좌
계율을 생명처럼
너무나 철저한 수행자
일생패궐一生敗闕
한 점 맑은 바람으로
불교정화의 아쉬움도 내려놓고
이 나무가 뿌리 내리기 전
아양교에서 연화대까지
보문 이후
우리 곁에 살아있는 선사 보문
책 속으로
14/
보문은 당시 대구사범학교의 사회주의적 항일투쟁과 불교계의 저항 분위기에 깊이 공감했다.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와 종교로서의 불교는 보문이 지식인으로서 살아가는 두 바퀴가 되었다. 불교에 심취하면서도 민족해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보문이 항일 학생운동에 직접 가담했다는 증언도 있다.
42/
잠시 마하연에 머물다가 만주로 가서 독립투쟁을 하려던 마음이 서서이 누그러지고 수행 득도하여 중생을 제도하려는 발원이 세차게 일어났다. 문경과 대구 시절 경전을 읽고 불교적 사유에 빠졌던 보문으로서는 식민현실을 겪으면서 ‘삼계의 번뇌가 마치 불타는 집 안에 있는 것과 같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절감했던 것이다.
60/
상원사는 당시 우리나라 선방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당대의 선지식 한암이 조사어록 강의를 하며 수좌들을 제접하자 전국의 수행자들이 모여들었다. 선원 입승을 맡고 있던 보문은 사중의 대소사를 대중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원융圓融 살림을 할 것과 선방을 24시간 개방하는 등의 선방 개혁안을 제시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96/
어느 선방을 가더라도 보문의 단골 소임은 공양주였다. 보문이 공양주를 맡으면 공양간에 쥐나 파리가 없어졌다. 먹을 양을 정확하게 예측하니 솥과 찬장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꼭 나무 한 짐 해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고 남는 시간에 마당을 쓸고 풀을 뽑았다. 울력 시간이 되면 맨먼저 나가서 똥지게를 졌다.
124/
보문은 사람이건 도량이건 어디에고 매이지 않았다. 타인이 자기에게 부당한 언행을 하거나 자기가 뜻한 바와 다른 여건이 만들어졌을 때에도 항의하지 않는다. 자기변명을 하며 겨루거나 타협하지도 않는다. 가만히 멀어져서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이런 여읨은 서로에게 성찰의 기회를 주고 쇄신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140/
어느 날 보문이 밥솥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깊은 선정삼매에 들어갔다. 법주사 주지 석상石霜이 밥 타는 냄새를 맡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부지깽이 손잡이까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급히 불을 끄고 탄 밥을 퍼냈다. 석상은 탄 밥을 선방 대중들이 그대로 먹게 하며 말했다. “보문 수좌의 견성을 기념하는 밥이오. 아무 말도 말고 다 드시오.”
154/
어느 날 칠불암에서 함께 정진했던 서암이 우연히 도리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저쪽에서 똥장군을 지고 오는 인부가 있어 피해 돌아가서 요사채 마루에 앉았다. 그 인부가 똥장군을 내려두고 걸어오고 있어 유심히 얼굴을 쳐다보니 바로 보문이었다. 서암은 반가움에 깜짝 놀라면서도 절로 공경의 마음이 일어나 자기도 모르게 큰절을 올렸다.
168/
보문은 삼성암 토굴에서 자주 긴 선정에 들었다. 한참만에 선정에서 깨어나면 나무를 하거나 텃밭 일을 했다. 달이 밝으면 행선을 하고 환희의 춤을 추기도 했다. 아무도 듣는 이 없었고 스스로도 기록하여 전하지 않았다. 폐의 상태가 점점 나빠져 갔다. 그럴수록 병든 중생들을 위해 더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222/
보문은 자기 성품을 보고 지혜를 내어 평등한 자비를 실천했으며 일체 중생을 공경하는 수행자의 청정심을 보였다. 말을 아낀 만큼 마음은 진실했고 실천은 철저했다. 헛된 말 하지 않고 헛된 행동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몸과 말과 마음의 삼업이 두루 회통하여 청정했다. 선사 보문은 지금 여기 이대로 우리 곁에 살아계신다.
| 발행일 | 2026. 5.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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