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을 뿐,
전국 팔도의 길지와 기도 터에는 언제나 거북이 있었다!”
익숙한 풍경에서 낯선 역사를 길어 올리는 길 위의 답사가,
희미해진 기억 속 오래된 신령을 찾아 나서다
전국 팔도의 길지와 기도 터에는 언제나 거북이 있었다!”
익숙한 풍경에서 낯선 역사를 길어 올리는 길 위의 답사가,
희미해진 기억 속 오래된 신령을 찾아 나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거북의 형상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이 질문에 산꼭대기에 올라앉은 거북, 절집 한켠에서 화재를 막는 거북, 집안에 복을 불러오는 거북이라 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때로는 신령한 산의 수호신이었고, 때로는 죽은 이의 영원한 안식을 지키는 존재였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을 담은 길상(吉祥)의 상징이기도 했던 거북. 이렇듯 우리 주위에서 거북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어째서 거북이 이토록 많은 걸까?
40여 년간 전국의 산천과 마을 사찰과 옛길을 누비며 우리 문화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온 답사가 노승대 작가가 이번에는 우리 곁에서 고요히 잠자던 신묘한 존재를 찾아 나섰다. 이 책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거북바위와 지형부터, 사찰과 능묘의 석조물, 민화와 도자기, 각종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 전반에 남은 거북의 흔적을 쫓는다. 책에는 저자가 전국을 직접 돌며 발견한 설화와 민담, 그리고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140여 컷의 사진을 수록하였다. 그 현장 속 거북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여태 무심히 지나쳤던 거북 조각에 깃든 오래된 믿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제 평생 우리 땅을 걸어온 답사의 눈을 빌려, 우리가 미처 몰라봤던 신령 ‘거북’을 맞이해 보자.
40여 년간 전국의 산천과 마을 사찰과 옛길을 누비며 우리 문화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온 답사가 노승대 작가가 이번에는 우리 곁에서 고요히 잠자던 신묘한 존재를 찾아 나섰다. 이 책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거북바위와 지형부터, 사찰과 능묘의 석조물, 민화와 도자기, 각종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 전반에 남은 거북의 흔적을 쫓는다. 책에는 저자가 전국을 직접 돌며 발견한 설화와 민담, 그리고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140여 컷의 사진을 수록하였다. 그 현장 속 거북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여태 무심히 지나쳤던 거북 조각에 깃든 오래된 믿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제 평생 우리 땅을 걸어온 답사의 눈을 빌려, 우리가 미처 몰라봤던 신령 ‘거북’을 맞이해 보자.
저자 : 노승대
경기도 양주에서 출생했다. 1975년 입산해 광덕 스님을 은사로 모셨으며 10여 년 뒤 하산했다. 구도의 길에서는 내려왔으나 그 길에서 찾았던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은 내려놓지 않았다. 에밀레박물관 조자용 관장님께 사사하며, 관장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18년간 모셨다. 1993년부터 문화답사모임 ‘바라밀문화기행’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2000년부터 7년간 인사동문화학교 교장을 맡기도 했다. 인사동문화학교 졸업생 모임인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도 전국 문화답사를 다니고 있다. 그는 가족 같은 동호인들과 함께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공부하는 것을 금생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항상 길 위에 있다.
답사 틈틈이 〈불광〉, 〈사람과 산〉, 〈템플스테이〉 등에 우리 문화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여 왔으며, 저서로 『선생님, 지도엔 없는 이야기 하나 들려주시죠』,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사찰 속 숨은 조연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가, 공저로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 엮은 책으로는 『도깨비 문화』가 있다.
답사 틈틈이 〈불광〉, 〈사람과 산〉, 〈템플스테이〉 등에 우리 문화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여 왔으며, 저서로 『선생님, 지도엔 없는 이야기 하나 들려주시죠』,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사찰 속 숨은 조연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가, 공저로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 엮은 책으로는 『도깨비 문화』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제1부. 거북이 된 산, 거북이 된 바위
동이족과 거북
- 1. 동이족의 근거지
- 2. 상나라와 갑골문
- 3. 상나라와 동이족
- 4. 귀점과 귀복
ᄀᆞᆷ마루와 국사봉
- 김해 구지봉
- ᄀᆞᆷ마루에서 구수봉으로
거북 형국의 산
- 1. 여수 향일암
- 2. 김해 영구암
- 3. 부산 해운대 동백섬
- 4. 경주 기림사
- 5. 거북 집터
ᄀᆞᆷ마루와 거북바위
- 1. 진천 거북산
- 2. 남해 양아리 석각
- 3. 금산 상사바위
- 4. 북한산 비봉
- 5. 북한산 보현봉
- 6. 속리산 수정봉
- 7. 영동 천태산 망탑봉
- 8. 대구 연구산 거북바위
거북형 장수바위
- 1. 금산 명곡리 장수바위
- 2. 음성 한벌리 장수바위
- 3. 익산 신룡리 장수바위
- 4. 청주 장암동 장수바위
- 5. 특기할 만한 장수바위들
기도신단 거북바위
- 1. 남원 덕음산 거북바위
- 2. 전주 금암동 거북바위
- 3. 삼척 부남리 거북바위
- 4. 완주 구암리 거북바위
- 5. 강화 거북바위
- 6. 수원시 거북산당
- 7. 귀부의 거북 머리 등잔석
사찰의 거북바위
- 1. 영천 은해사 쌍거북바위
- 2. 산청 정취암 쌍거북바위
- 3. 괴산 석천암 거북바위
- 4. 속리산 상고암 거북바위
- 5. 서울 달마사 거북바위
- 6. 원주 구룡사 거북바위
- 7. 화순 개천사 거북바위
- 8. 예산 수덕사 거북바위
- 9. 충주 미륵대원지 거북바위
민간의 거북바위
- 1. 진천 원암마을 자라바위
- 2. 영주 용암산 자라바위
- 3. 제천 진리 거북바위
- 4. 횡성 구두미마을
- 5. 김제 백학동 거북바위
- 6. 파주 심학산 거북바위
- 7. 안동 풍산읍 삼귀정
- 8. 곡성 함허정
- 9. 봉화 닭실마을 거북바위
- 10. 거창 수승대 거북바위
- 11. 충주 하구암리 거북바위
- 12. 충주 신청리 거북바위
- 13. 봉화 거수마을 거북바위
- 14. 진안군 거북바위
읽을거리. 이야기로 읽는 거북신앙
- 거북 전설
- 한민족 바깥의 거북신앙
제2부. 무늬가 된 거북, 문화가 된 거북
거북의 문화상징
- 1. 장수
- 2. 다산
- 3. 견고
- 4. 지혜
- 5. 귀두
- 6. 수신
거북과 건축
- 1. 전주 경기전
- 2. 남원 광한루
- 3. 남원 선원사 칠성각
- 4. 울진 불영사 대웅보전
- 5. 여수 흥국사 대웅전
- 6. 청도 운문사 관음전
- 7. 완주 송광사 대웅전ㆍ나주 불회사 대웅전
거북 문화유산
- 1. 반구대 암각화
- 2. 고구려 고분벽화 현무도
- 3. 토우장식 장경호 거북
- 4. 경주 분황사 당간지주
- 5. 경주 태종무열왕릉 귀부
거북 미술
- 1. 사신도
- 2. 사령도
- 3. 십장생도
- 4. 민화
거북 공예
읽을거리. 민속으로 읽는 거북문화
- 거북놀이
- 거북점
에필로그
프롤로그
제1부. 거북이 된 산, 거북이 된 바위
동이족과 거북
- 1. 동이족의 근거지
- 2. 상나라와 갑골문
- 3. 상나라와 동이족
- 4. 귀점과 귀복
ᄀᆞᆷ마루와 국사봉
- 김해 구지봉
- ᄀᆞᆷ마루에서 구수봉으로
거북 형국의 산
- 1. 여수 향일암
- 2. 김해 영구암
- 3. 부산 해운대 동백섬
- 4. 경주 기림사
- 5. 거북 집터
ᄀᆞᆷ마루와 거북바위
- 1. 진천 거북산
- 2. 남해 양아리 석각
- 3. 금산 상사바위
- 4. 북한산 비봉
- 5. 북한산 보현봉
- 6. 속리산 수정봉
- 7. 영동 천태산 망탑봉
- 8. 대구 연구산 거북바위
거북형 장수바위
- 1. 금산 명곡리 장수바위
- 2. 음성 한벌리 장수바위
- 3. 익산 신룡리 장수바위
- 4. 청주 장암동 장수바위
- 5. 특기할 만한 장수바위들
기도신단 거북바위
- 1. 남원 덕음산 거북바위
- 2. 전주 금암동 거북바위
- 3. 삼척 부남리 거북바위
- 4. 완주 구암리 거북바위
- 5. 강화 거북바위
- 6. 수원시 거북산당
- 7. 귀부의 거북 머리 등잔석
사찰의 거북바위
- 1. 영천 은해사 쌍거북바위
- 2. 산청 정취암 쌍거북바위
- 3. 괴산 석천암 거북바위
- 4. 속리산 상고암 거북바위
- 5. 서울 달마사 거북바위
- 6. 원주 구룡사 거북바위
- 7. 화순 개천사 거북바위
- 8. 예산 수덕사 거북바위
- 9. 충주 미륵대원지 거북바위
민간의 거북바위
- 1. 진천 원암마을 자라바위
- 2. 영주 용암산 자라바위
- 3. 제천 진리 거북바위
- 4. 횡성 구두미마을
- 5. 김제 백학동 거북바위
- 6. 파주 심학산 거북바위
- 7. 안동 풍산읍 삼귀정
- 8. 곡성 함허정
- 9. 봉화 닭실마을 거북바위
- 10. 거창 수승대 거북바위
- 11. 충주 하구암리 거북바위
- 12. 충주 신청리 거북바위
- 13. 봉화 거수마을 거북바위
- 14. 진안군 거북바위
읽을거리. 이야기로 읽는 거북신앙
- 거북 전설
- 한민족 바깥의 거북신앙
제2부. 무늬가 된 거북, 문화가 된 거북
거북의 문화상징
- 1. 장수
- 2. 다산
- 3. 견고
- 4. 지혜
- 5. 귀두
- 6. 수신
거북과 건축
- 1. 전주 경기전
- 2. 남원 광한루
- 3. 남원 선원사 칠성각
- 4. 울진 불영사 대웅보전
- 5. 여수 흥국사 대웅전
- 6. 청도 운문사 관음전
- 7. 완주 송광사 대웅전ㆍ나주 불회사 대웅전
거북 문화유산
- 1. 반구대 암각화
- 2. 고구려 고분벽화 현무도
- 3. 토우장식 장경호 거북
- 4. 경주 분황사 당간지주
- 5. 경주 태종무열왕릉 귀부
거북 미술
- 1. 사신도
- 2. 사령도
- 3. 십장생도
- 4. 민화
거북 공예
읽을거리. 민속으로 읽는 거북문화
- 거북놀이
- 거북점
에필로그
책 속으로
상나라 사람들은 거북의 복갑을 불에 달구어 생긴 균열을 보고 길흉을 점쳤으며, 점을 친 내용과 그 결말까지 갑골에 새겨 놓았다. 이를 통해 제사나 사냥, 농업, 천문, 군사에 관한 일뿐만 아니라, 왕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등 왕실의 속사정도 알 수 있었다. _p.22
한반도는 산이 많은 지형이라 하늘에 빌기 위한 장소를 가까운 산봉우리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거북을 신령스럽게 믿어 온 전통이 이어져 지형상 거북을 닮은 산을 자연스럽게 제의 장소로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김해의 구지봉(龜旨峯)이 바로 그런 경우다. 낮은 봉우리이지만 그 뒤의 분성산(372미터)이 서쪽으로 머리를 내민 모습이다. 마치 거북이가 엎드려 고개를 내민 형국이다. _p.37
첫 번째로 태어난 왕이 김해 지방에 금관가야를 세운 김수로왕(金首露王)이니, 바로 김해 김(金)씨의 시조다. 거북이 머리를 내밀었다고 하여 이름을 ‘수로(首露)’라고 하였는데, ‘머리[首]가 노출(露出)되었다’는 뜻도 있고, ‘첫 번째로 나온 왕’이라는 뜻도 있다. 〈구지가〉에서 ‘머리를 내밀어라’를 ‘왕을 내놓으라’라는 뜻으로도 해석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 나타난 왕’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_p.39
그럼 옛 시대에 신성스러운 제의를 올리던 산봉우리를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바로 ‘ᄀᆞᆷ마루’다. ‘ᄀᆞᆷ’은 신령님을 뜻하는 우리의 고유 용어다. 또한 ‘마루’는 ‘가장 높은 자리’를 의미하는 말로서, ‘산마루’가 산꼭대기를 말한다면 ‘ᄀᆞᆷ마루’는 신령님을 모시는 가장 높은 자리를 말한다. 곧 ᄀᆞᆷ마루는 꼭 산꼭대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김해의 구지봉도 ᄀᆞᆷ마루다. _p.42
이 기림사의 입지가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이다. 신령스런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지형상 거북이 머리 위에 앉은 것 같은 기림사 주위로 시냇물이 감돌아 흘러간다. 그 모습이 마치 거북이 물을 마시고 있는 듯한 길지의 형국이라고 본 것이다. 거북이 마르지 않는 물을 얻었으니 상생의 명당이라고 해석했다는 뜻이다. _pp.63~64
거북바위는 남북 방향으로 놓여 있는데 길이가 410센티미터, 폭 300센티미터, 높이 230센티미터이다. 머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고, 주변으로는 축대를 쌓아 거북바위를 보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당산제를 모신 후 음복하며 덕담을 주고받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거북바위를 성스럽게 생각하는 마을의 웃어른들이 다 돌아가시면 거북바위 당산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_pp.132~133
거북이 신령한 동물로 확실하게 부각된 것은 사신도를 통해서이다. 한나라 초기 무덤에는 청룡과 백호가 주로 보이다가 차츰 주작과 현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현무의 경우 처음에는 단순한 거북 모습으로 표현되다가 점차 거북과 뱀이 얽힌 모습, 즉 구사교미형(龜蛇交尾型)으로 정착되었다. _p.217
일반 가옥일 경우 마룻대에 언제 집을 지었다는 상량문을 쓴다. 그리고 글 위아래에 ‘용(龍)’ 자와 ‘귀(龜)’ 자를 마주 보게 쓰는데 용이나 거북 모두 수신의 상징이므로 불을 예방한다는 의미가 있다. 거북은 또한 장수와 견고의 상징이기 때문에 새로 지은 집이 오래도록 튼튼하게 견딜 수 있기를 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_p.227
법당의 축대 양쪽 아래에서 마치 법당을 지고 있는 듯한 모습의 돌거북 두 마리를 설치한 것이다. 삼신산의 전설에서 보듯 거북이나 자라는 무거운 것을 잘 지고 있고 또한 수신이기도 하니 화재 방지의 임무도 맡긴 것이다. 아마도 법당이 불에 타는 불상사를 연거푸 겪자 1725년 대웅전을 재차 중건하면서 이 돌거북을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_p.238
어쨌든 무열왕릉비 이전의 신라 비석은 자연석에 새기거나 돌을 입체 직사각형으로 다듬어 땅 위나 바위 위에 세우는 방식이었다. 비신 위에 씌우는 비석 갓도 단순한 형태였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수나라와 당나라를 거치면서 거북 좌대 모습의 귀부와 비신, 용을 조각해 비신 위에 얹은 이수가 나타났다. 신라에서 이 양식을 들여와 만든 최초의 비석이 바로 태종무열왕릉비다. _p.261
화조도(花鳥圖) 중에는 연꽃과 두 마리 거북을 함께 그린 그림이 많다. 이를 ‘연생귀자도(連生貴子圖)’라 부른다. 연꽃의 ‘연(蓮)’은 ‘잇닿을 연(連)’의 뜻으로 통하고 거북의 ‘귀(龜)’는 ‘귀할 귀(貴)’와 발음이 같은 데다 연꽃 씨앗인 연실(蓮實, 연밥)은 ‘연자(蓮子)’라고도 해서 자식으로 해석한다. 곧 연생귀자도는 ‘부부가 함께 장수하면서 연달아 귀한 자식을 많이 낳는다’는 소망을 담은 그림이다. _p.275
전통 한옥을 짓는 목수들의 필수품인 먹통에도 거북이 등장한다. 먹통은 붓글씨를 쓸 때 사용되는 먹을 담는 통으로, 목재를 재단할 때 먹통에서 나온 먹줄을 뺀 다음 필요한 곳에 먹줄을 튕기면 먹선이 생기게 된다. 그 선을 따라 톱질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먹통의 앞부분을 거북 모양으로 만든 것이 거북먹통이다. 먹통을 쓰는 목수가 무병장수하여 오래 일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_p.283
한반도는 산이 많은 지형이라 하늘에 빌기 위한 장소를 가까운 산봉우리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거북을 신령스럽게 믿어 온 전통이 이어져 지형상 거북을 닮은 산을 자연스럽게 제의 장소로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김해의 구지봉(龜旨峯)이 바로 그런 경우다. 낮은 봉우리이지만 그 뒤의 분성산(372미터)이 서쪽으로 머리를 내민 모습이다. 마치 거북이가 엎드려 고개를 내민 형국이다. _p.37
첫 번째로 태어난 왕이 김해 지방에 금관가야를 세운 김수로왕(金首露王)이니, 바로 김해 김(金)씨의 시조다. 거북이 머리를 내밀었다고 하여 이름을 ‘수로(首露)’라고 하였는데, ‘머리[首]가 노출(露出)되었다’는 뜻도 있고, ‘첫 번째로 나온 왕’이라는 뜻도 있다. 〈구지가〉에서 ‘머리를 내밀어라’를 ‘왕을 내놓으라’라는 뜻으로도 해석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 나타난 왕’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_p.39
그럼 옛 시대에 신성스러운 제의를 올리던 산봉우리를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바로 ‘ᄀᆞᆷ마루’다. ‘ᄀᆞᆷ’은 신령님을 뜻하는 우리의 고유 용어다. 또한 ‘마루’는 ‘가장 높은 자리’를 의미하는 말로서, ‘산마루’가 산꼭대기를 말한다면 ‘ᄀᆞᆷ마루’는 신령님을 모시는 가장 높은 자리를 말한다. 곧 ᄀᆞᆷ마루는 꼭 산꼭대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김해의 구지봉도 ᄀᆞᆷ마루다. _p.42
이 기림사의 입지가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이다. 신령스런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지형상 거북이 머리 위에 앉은 것 같은 기림사 주위로 시냇물이 감돌아 흘러간다. 그 모습이 마치 거북이 물을 마시고 있는 듯한 길지의 형국이라고 본 것이다. 거북이 마르지 않는 물을 얻었으니 상생의 명당이라고 해석했다는 뜻이다. _pp.63~64
거북바위는 남북 방향으로 놓여 있는데 길이가 410센티미터, 폭 300센티미터, 높이 230센티미터이다. 머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고, 주변으로는 축대를 쌓아 거북바위를 보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당산제를 모신 후 음복하며 덕담을 주고받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거북바위를 성스럽게 생각하는 마을의 웃어른들이 다 돌아가시면 거북바위 당산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_pp.132~133
거북이 신령한 동물로 확실하게 부각된 것은 사신도를 통해서이다. 한나라 초기 무덤에는 청룡과 백호가 주로 보이다가 차츰 주작과 현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현무의 경우 처음에는 단순한 거북 모습으로 표현되다가 점차 거북과 뱀이 얽힌 모습, 즉 구사교미형(龜蛇交尾型)으로 정착되었다. _p.217
일반 가옥일 경우 마룻대에 언제 집을 지었다는 상량문을 쓴다. 그리고 글 위아래에 ‘용(龍)’ 자와 ‘귀(龜)’ 자를 마주 보게 쓰는데 용이나 거북 모두 수신의 상징이므로 불을 예방한다는 의미가 있다. 거북은 또한 장수와 견고의 상징이기 때문에 새로 지은 집이 오래도록 튼튼하게 견딜 수 있기를 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_p.227
법당의 축대 양쪽 아래에서 마치 법당을 지고 있는 듯한 모습의 돌거북 두 마리를 설치한 것이다. 삼신산의 전설에서 보듯 거북이나 자라는 무거운 것을 잘 지고 있고 또한 수신이기도 하니 화재 방지의 임무도 맡긴 것이다. 아마도 법당이 불에 타는 불상사를 연거푸 겪자 1725년 대웅전을 재차 중건하면서 이 돌거북을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_p.238
어쨌든 무열왕릉비 이전의 신라 비석은 자연석에 새기거나 돌을 입체 직사각형으로 다듬어 땅 위나 바위 위에 세우는 방식이었다. 비신 위에 씌우는 비석 갓도 단순한 형태였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수나라와 당나라를 거치면서 거북 좌대 모습의 귀부와 비신, 용을 조각해 비신 위에 얹은 이수가 나타났다. 신라에서 이 양식을 들여와 만든 최초의 비석이 바로 태종무열왕릉비다. _p.261
화조도(花鳥圖) 중에는 연꽃과 두 마리 거북을 함께 그린 그림이 많다. 이를 ‘연생귀자도(連生貴子圖)’라 부른다. 연꽃의 ‘연(蓮)’은 ‘잇닿을 연(連)’의 뜻으로 통하고 거북의 ‘귀(龜)’는 ‘귀할 귀(貴)’와 발음이 같은 데다 연꽃 씨앗인 연실(蓮實, 연밥)은 ‘연자(蓮子)’라고도 해서 자식으로 해석한다. 곧 연생귀자도는 ‘부부가 함께 장수하면서 연달아 귀한 자식을 많이 낳는다’는 소망을 담은 그림이다. _p.275
전통 한옥을 짓는 목수들의 필수품인 먹통에도 거북이 등장한다. 먹통은 붓글씨를 쓸 때 사용되는 먹을 담는 통으로, 목재를 재단할 때 먹통에서 나온 먹줄을 뺀 다음 필요한 곳에 먹줄을 튕기면 먹선이 생기게 된다. 그 선을 따라 톱질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먹통의 앞부분을 거북 모양으로 만든 것이 거북먹통이다. 먹통을 쓰는 목수가 무병장수하여 오래 일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_p.283
| 발행일 | 2026. 10.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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