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법어록(개정판)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을 세 번 역임한 고암대종사(古庵大宗師)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후반기까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수행과 교화에 전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정통 법맥을 상징하는 종정에 오르셨다가 내려와, 이른바 ‘세계화’의 다양한 국제적 분위기 속에서 선구적인 포교에 전념하시다가 세연을 다한 고암대종사.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행의 사표이자 어지러운 시절인연에도 수행자로서의 길을 꼿꼿이 걸은 법의 상징이었다.

2007년 고암대종사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고암문도회의 대종사의 수행과 사상을 기리기 위한 불사는, 고암 스님의 육필을 정리하고 육성 녹음을 찾아 녹취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래전에 스님의 법문 노트를 복사해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종단 기록과 국가 ‘문서기록 보존고’에서 관련 사료를 얻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간 모은 고암대종사의 법어와 가르침을 책으로 엮은 것이 2017년의 일이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고암 문도 장산 스님의 주도로 초판의 내용을 깁고 다듬어 『고암법어록』개정판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고암대종사는 1899년 10월 5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식현리 425번지에서 태어났다. 서당에서 한문과 사서삼경을 수학한 스님은 적성보통공민학교를 마치고 1917년 합천 해인사에서 당대의 선지식이었던 제산대종사를 은사로 불가와 연을 맺는다. 해인사 강원에서 공부하던 스님은 1919년 3·1운동 당시 용성 스님의 뜻을 받들어 독립만세 비밀운동을 펼친다. 이후 해인사 강원 사집과를 수료하고, 1922년 용성 스님에게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1925년 해인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했다.

고암 스님은 1923년 7월 해인사에서 수선안거한 이래 직지사 천불선원, 통도사 극락선원, 덕숭산 정혜선원, 도봉산 망월선원, 백양사 운문선원, 천성산 내원선원, 오대산 상원사선원 등에서 가행 정진했다. 제산, 혜월, 만공, 용성 스님 회상에서 수행의 깊이를 더했으며 유점사, 표훈사, 마하연, 묘향산 보현사 등 북녘 선원에서도 가행 정진했다. 고암 스님은 해인사, 백련사, 표훈사, 직지사, 범어사 선원의 조실, 그리고 나주 다보선원장, 해인사 용탑선원 조실로 대중을 제접하며 가르침을 설했다.

1967년 7월 대한불교조계종 제3대 종정, 1972년 7월 제4대 종정, 1978년 5월 제6대 종정으로 취임하는 등 한국불교 최고의 어른으로 후학을 인도한 스님은 불교전통을 회복하고자 불교정화운동과 새로운 종단 구축 및 시대를 앞서는 법을 설하시면서 일생을 교화와 전법, 수행으로서 장엄한다. 자연을 거스르는 개발의 시대임에도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설하셨으며 남북이 다시 전쟁을 치르더라도 이상할 것 없이 총칼을 겨누던 대립의 시대에도 남북의 평화와 민족의 하나 됨을 설하셨다. 종단의 영도와 국제포교에 노년을 보낸 스님은 1988년 10월 25일(음력 9월 15일) 오후 8시 가야산 해인사 용탑선원에서 원적에 들었다. 당시 세수 90세, 법랍 7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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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암대종사의 발원문, 내원사 천불선원에서 조실로 모셨던 용성선사와의 문답, 종정 취임 법어, 상당법문, 부처님오신날 법어와 신년법어, 대기설법, 열반절 및 성도절 법어, 제막 및 영결사, 대담 및 인터뷰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고암대종사의 지혜로운 말씀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한 권에 모은 소중한 책이다.